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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황. 2025년을 두 달 남겨 놓은 오늘

Rhapsodist@ 2025. 11. 6. 10:00

1. 고향

미국에 다녀온지 3개월, 이제 어느덧 미국의 기억들도 fade-out 되어간다.
다행스러운 것은 플로리다에서의 기억이 유쾌하지만은 않았다는 것,
플로리다를 떠올리면 그 곳에서의 권태와 외로움, 적막함이 씁쓸한 맛으로 마음 한켠이 아려온다.
그 곳에서 나는 무엇을 기대했을까?

고향은 생각보다 더 따뜻하게 반겨주는 느낌이었고,
운좋게도 다른 여건들도 돌아온사람이 적응하기에는 적당한 것 같다.
고향이 내가 알고 있던 것보다 더 좋은 곳이라는 것이 매순간 느껴진다.
Everything has good and bad.

출근을 하고, 커피를 마시고, 환자관련일을 조금 하고,
과장업무가 늘어났고, 그에 따라 연구는 못하고 있다.
올해까지는 연구는 좀 내려놓을까 싶기도 하다.
골프 스윙을 연습하고, 가끔 영어 공부도 한다.
영어는 몇 주 쉬었더니, 말문이 조금 더 막힌 느낌이다.
하고 싶은 말의 10% 정도만 이 언어로 표현해낼 수 있는 것 같다.

2. 태만
그나저나 오랜만에 오후 햇살이 따사로우니
게으른 마음만 커져간다.
답답한 연구실을 벗어나 어디 풍경 좋은 곳으로 가서 풍류나 즐기고 싶은 것이다.

그런 마음과 동시에 스스로의 게으름에 대한 죄책감도 든다.

임용을 받으면서 어느 모임에서 선물로 받은 화분이 어느새 힘이 빠져보여서
어제 창가로 옮겨 오후 햇살도 쬘 수 있도록 해주고, 바람도 느낄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주었다.
단 하루였는데도 오늘 아침에 보니 훨씬 식물이 활기차 보였다.
식물이나 사람이나 마찬가지로구나.

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잘 살아가는 것일까?
모든 결정에는 다 모범답안이 있다고 가정했지만
그 가정조차 오만하고 틀린 생각이었을까?

3. 친구관계
나는 왜 이토록 친구관계에 집착하는 것일까 생각해보았다.
그것도 오래된 친구관계일수록 더..
흔히들 생각하는 것처럼, 중/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한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 여기면서 그 관계를 놓치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면서, 가끔은 쓴약을 삼키듯 억지로 재미도 없는 만남을 의무적으로 하기도 했었는데
불현듯 그 생각도 어디선가 주입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스쳤다.

따지고 보면 청소년기 학창시절 고작 1~2년을 같은 반친구로 지내거나
몇 년을 같은 동네에 살았을 뿐이었는데
그 이후로 이렇게 삶의 궤적이나 가치관이 달라져버렸는데 대화가 통할리 없지 않은가?

만물이 흥망성쇠를 거치듯, 인간관계도 그와 같지 않을까..
놓아줄 때가 오면 놓는 것이 그 시절의 추억을 더 온전히 간직하는 방법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좀 더 인간관계를 느슨히 하는 것, 꼭 쥔 손을 조금 더 놓는것
그게 지금 나한테 필요한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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