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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6. The last night in Lugano 본문
가디건 하나만 입고 시내를 돌아다닌 것이 화근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죄다 경량패딩이나 코트를 입고 다녔는데 나혼자 봄옷을 입고 다녔다.
Fontazione Berilnger 직원도 너 코트 안 입고 왔어? 하고 걱정스럽게 물어보았다.
그 와중에 점심시간에 그 갤러리가 문을 닫는 바람에 밖에서 30분정도 떨면서 기다리기까지 했더니 한기가 들어
호텔에 돌아왔을 때는 기침을 하며 몸져 누웠다.
틈만 나면 휴대폰을 들고 한국 뉴스와 댓글을 자꾸 보게 되어서
의식적으로 안보는 노력을 하기로 했다.
밀려오는 화를 한국에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참을 수가 없었는데
물리적 거리가 멀어지니 신기하게도 희극으로 보이기 까지 한다.
모든 상황이 우습다. 비록 나에게 닥친 상황일지라도..
병신들이 지 맘대로 하게 내버려두라지.
어짜피 대부분의 경우,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병신짓은 병신짓으로 판명이 난다.
폐허가 된 멍청이짓의 결과물과, 멍청이들의 뒤늦은 자각과 반성이 따르겠지..
왜 많은 경우 병신들은 저렇게 신념이 강할까?
참 신기한일이다. 병신이 신념이 강하면 다 망쳐놓는다.
3시간정도를 그렇게 이불을 덮고 누워있자 다시 약간 기운이 생기면서
해질녘 루가노 정경을 열어볼 수 있게 되었다.
발코니 문을 열면 언제든 신선하고 향긋한 공기가 폐를 가득 채운다. 하.. 이게 얼마만의 양질의 공기였던가?
도대체 사진에서 봤던 이 호텔 수영장은 어디에 있는거야? 3일동안 못봤기 때문에 떠나기전에 확인이라도 해야겠다 싶어
호텔프론트에 가서 물어보았다.
‘야외 수영장은 지금 안하는데?‘
’사진만 찍고 가려고 한다.‘
’아, 그럼 식당통과해서 가면되.‘
’근데 너네 실내수영장은 하는거야? 나 수영해도 되?‘
’너 근데 투숙객 맞아?’
아오.. 내가 투숙객이 아니면 왜 묻겠냐고 이눔아..
이 호텔이 크지도 않은데 매번 다른 직원이 데스크에 있다.
호텔직원들이 일을 잘 못함에도 불구하고,
묘한 매력이 있어 다시 가족들과 루가노에 온다면 한번 더 묵어보고 싶은 호텔이다.
식당에서는 내가 밥먹으러 온줄 알고 환대했는데, 사진찍으러 왔다니까 약간 실망하는 눈치였다.
어쨌든 아주 일잘해보이는 배태랑 지배인처럼 보이는 잘 차려입은 아저씨가
저리로 가서 사진찍으라고 해주었다. 매우 친절하게..
매직아워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열심히 요리조리 사진을 찍다보니 배가 고파졌다.
그래도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올 식당은 아닌 것 같아서 다시 방으로 돌아와서 옷을 갈아입었다.
마지막밤이니 큰마음 먹고 저녁을 먹자 싶어서 몇 번을 코스요리를 먹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지금 어짜피 시내로 내려가도 저녁을 먹으려면 한뭉탱이 돈을 써야만 하기 때문에) 가지고 있는 옷 중에 꽤 괜찮은 옷으로 갈아 입고 다시 내려갔다.
막상 큰마음 먹고 내려갔더니 바쪽에서 캐쥬얼한 식사를 할 수도 있다고 해서
카르파쵸와 아페롤을 주문했다.
카르파쵸는 포지타노에서 먹었던 그런 종류는 아니었지만 (쇠고기가 하몽같은 얇기로 나왔다 ㅠㅠ) 맛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짜피 무엇을 먹더라도 더 이상 양식은 위에서 받아주지 않는 느낌이다.
컵라면과 김치가 매우 시급하다.
아무래도 내일 한식당을 가야만 할 것 같다.
아니라면 그냥 굶어야 될 것 같다.
치즈를 더 먹으면 그대로 토해버릴 것 같은 느낌이다.
그치만 아페롤은 아주 맛있었다! 스페인에 샹그리아가 있다면 여기는 아페롤이구나!
미식천재들 같으니라궁~
밤의 루가노는 얼굴이 달라서
톨레도의 야경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가슴 저몄던 19살의 톨레도 야경이 떠올라
새삼스래 두근두근하였다.
오랜만에 행복의 셀카도 남기고…
(사진속의 내가 얼마만인지 활짝 웃고 있다.)
하지만 그 때의 두 배의 나이를 이제 먹어버린걸
이제는 그 때와 달리 혼자여도 외롭지가 않구나.
그냥 이리 시류대로 살다가 때가 오면 죽으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그것은 선택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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