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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5 Lugano 에 온지 이틀째

Rhapsodist@ 2024. 3. 16. 01:10

이제 오늘에야 대충 동네 지리를 파악했다. 동네가 아주 좁아서 대충 다 걸어다닐 수 있는 거리가 맞다. 그냥 걸어다니라는 호텔직원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었다. 스타찌온네(station)과 center가 붙어있고, 중요건물은 다 이 주변에 있어서 호수가 호텔을 구했으면 편했을 것 같다. 하지만 그 주변은 좀 시끄럽고 번잡해서 루가노의 진면목은 느끼기 어려울 수 있겠다. 내 호텔인 빌라사사의 호수뷰는 테라스방은 그런면에서는 최고이 면목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싶다. 그런데 밤이면 버스가 호텔 바로 앞에 내려준다해도 길이 너무 외지고 어두워서 이런 사실을 알았으면 여기를 예약하지는 않았을 것 같다. 여기에 오고 싶다면 차를 렌트하는 게 맞을 것 같다.

호텔 직원에게 너네 호텔에서 역방향으로 갈때 버스 어디서 타는데? 하고 물어보니 ‘그냥 걸어다녀~’한다. 난 버스 타고 싶은데? 했더니 바로 앞에 100m 가면 있단다. 아무리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아서 찾아보니 버스가 역방향으로는 안 서는게 맞다. 이녀석 잘못가르쳐줬잖아? ㅠㅠ 그리고 말 건 김에 홈페이지에서 보니까 티치노 패스라는 게 있던데 그건 어떻게 만드는 거야? 하고 물어봤더니 너 그거 없어? 내가 하나 만들어줄까? 한다. 얼마냐고 물으니 공짜란다. 공짜로 버스를 다 타고 다닐 수 있다고 한다. ‘야, 그렇게 좋은게 있었으면 진작에 물어보기 전에 가르쳐줬어야지.. -_-+++ 너네 밀라노 힐튼가서 직원들 일하는거 구경이라도 좀 하고 와야겠다’

그래도 굳이 뷰좋은 식당을 예약할 필요는 없다. 어느 테라스보다 호텔방 테라스가 좋을 것 같다. 딱히 더 좋은 뷰도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저녁은 룸서비스로 라자냐를 주문해보았는데 정말 맛있었다. 양도 한국보다 두배로 많고.. (가격은 24유로 + 배달료 10유로.. ㅠㅠ ) 방에 있는 빌라사사 레이블이 있는 레드와인을 별생각 없이 땄는데, 어라? 맛있잖아.. 레스토랑 가서 먹는것보다는 (레스토랑에서는 물도 시켜야되니까.. 물 안시키면 특이한 사람 취급하니까.. ) 싸다고 내심 합리화하였다.

그리고 약간 취기가 있는 상태에서 콘서트장으로 향했다. 이제 버스타고 내리는 곳을 알아서 별로 많이 걷지 않고 쉽게 갈 수 있었다. 버스시간까지 정거장마다 다 있고, 비교적 정시에 오기 때문에 힘들지는 않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가기가 귀찮았다. 아무리 그래도 이틀연속 음악회는 좀 무리인 것 같다.

루가노콘서트홀 공식 오케스트라라고 하는 Swizzerian Italiani (? 해석해보니 스위스속의 이탈리아 오케스트라 뭐 이런 뜻인 것 같다)는 상당한 수준의 연주를 보여주었다. 무엇보다 내자리가 콘서트홀 전체에서 최고 명당이었다. 나 어쩌다 이 한 가운데 자리를 맡은거지? 연주자와 객석이 매우 가까워서 소리도 아주 크게 들리고 연주자의 표정까지 다 볼 수 있었다. 1부의 첼로 협연자가 슈만 첼로협주곡을 연주하는데 레코딩보다 훨씬 좋았다. 슈만첼로 협주곡이 워낙 좋기도 하고, 연륜있어 보이는 연주자는 아주 노련하면서도 열정적인 연주를 보여주었다.

그러나 문제는 2부의 전원교향곡.. 원래도 나에게는 좀 지루하게 다가오는 곡이다. 시골에서 자라서 목가적인 것에는 크게 흥미가 없는게 아닐까? 여기는 왜 이렇게 콘서트를 늦게 시작하는지, 저녁 8시반부터 시작했으니 2부 시작할 때는 거의 10시로 달려가고 있었다. 중반부터는 피곤기가 겹쳐 잠이 쏟아졌는데, 연주는 기가 막히게 잘 하는 것 같았지만 끝날듯 끝날듯 계속 이어지길 반복해서 진이 다 빠졌다. 지휘자도 힘들었는지,속으로 ’제발 앙코르는 하지말아주세요..‘라고 외치는걸 들었는지, 아니면 내가 가장 한복판에 앉아서 졸려하는걸 봤는지(아, 뒤돌아서 지휘하니까 봤을리는 없다.) 앙코르 없이 끝냈다. 휴 다행이었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꼭 동네잔치 마냥 루가노 사람들이 사이좋게 계속 인사를 했다. 3열에서 10열로 손을 흔들기도 하고 저멀리서 손키스를 해서 보내기도 하고, 콘서트장 직원까지 가세해서 서로 안으며 인사하고.. 어제는 동호회사람들이 단체로 온 건가 생각했는데 오늘생각해보니 도시가 작아서 대충 다 서로서로 아는 사이가 아닐까? 싶기도 했다. 내 오른옆자리의 할아버지는 착석하실때부터 나에게도 아주 다정하게 ‘보나세라~’ 하고 미소로 인사해주셨는데 나는 2초정도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다가 그제서야 보나쎄라인줄 깨닫고 모기같은 소리로 보나세라.. 하고 대답을 하였다. 그러고는 내왼쪽에 앉은 아주머니와 이탈리아어로 계속 수다를 떨기 시작했는데 나를 사이에 놓고 두분이서 계속 이야기해서 뭔가 끼어들어야 될 것 같은데 내용자체를 모르니 웃을 수도 없고 맞장구칠수도 없고 참 난감했다. 그래서 팜플렛이라도 읽어보려고 폈는데 어제와 마찬가지로 죄다 이탈리아어라 봐도 이해할 수가 없고… 할아버지는 연주회가 끝나고도 앞에 앉은 아주머니와도 이야기하면서 보나세라하고 인사하시고, 내 왼쪽 아주머니와도 연주회에 대한 소감을 이야기하는 것 같았는데 온 방향의 사람들과 다 인사하고는 나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드셨는지 나에게도 새삼 미소로 보나세라 해주셨다. 그러고보니 이 사람들이 원래 아는 사이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기는 식당에서도 어디에서도 식당 직원들, 옆테이블의 사람들까지 갑자기 끼어들어 한참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동양인이 거의 안보이는데도 나를 낯설게 쳐다보지않고 방긋 웃으면서 따뜻하게 말을 걸어주곤 한다. 풍경만큼이나 사람들도 포근하고 따뜻한 도시이다.

이태리어는 우리나라처럼 만날때 인사와 헤어질때 인사가 같은가보다. 나도 이번에는 지체없이 보나쎄라 답을 했다. 이제서야 그라~~~찌에, 본조~르노, 보나쎄~~라 억양이 조금씩 입에 붙는데 돌아가야한다니 아쉽다. 또다시 금방 잊어버리고 말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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