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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 in Milan. 또다시 새벽 4시에 눈을 뜨고

Rhapsodist@ 2024. 3. 12. 15:04

또다시 새벽 4시에 눈을 떴다.
어제는 오후 3시경까지 인트렌드에 가서 신나게 옷구경을 할 때 까지는 좋았는데,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무거운 짐을 들고 식당을 찾아 헤매게 되었다. 프라다백팩이 예쁘기는 하지만 실용성은 꽝이라 소매치기에게는 매우 취약한데, 그걸 들고 양손에 무거운 쇼핑백을 들고 그 사람많은 두오모 주변을 헤맨 것은 매우 소모적인 일이었다. 5년전 밀라노에 왔을때 파크하얏트 1층에 위치한 레스토랑에서 런치메뉴로 밀라네제리조토를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에 팔았는데, 맛이 기가막혔다. 디너는 매우 비싸니, 나만 아는 런치맛집이라고 뿌듯해하며 일주일동안 몇 번이나 점심을 먹었다. 그 맛을 잊지 못해서 파크하얏트를 낑낑거리며 찾았는데, 아쉽게도 덩치큰 경호원이 적대적으로 파크하얏트 문을 가로막고 있었고, 예전에 문밖에 있었던 런치 메뉴판이  없어졌다. 안을 들여다보니 구조도 좀 달라진 것 같아 그냥 발길을 돌렸다. 아쉬운 마음에 Pack이라는 미리 저장해놓은 가게를 (브레이크타임이 없을 것 같아서) 한참 걸어서 찾았는데 아쉽게도 도착했을 때 월요일 휴무였다. 생각보다 두오모역에서 호텔이 위치한 중앙역까지는 지하철 4코스로 가깝지만, 짐도 많은데다 소매치기를 계속 주의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으니 이만저만 피곤한 게 아니었다. 호텔에 도착했을 때 아이폰 건강앱에서 알람이 떴다. ‘축하합니다! 400칼로리 경신. 개인 최고 기록입니다!’ 고맙다 알려줘서.. 왠지 좀 놀리는 것 같기는 하지만. 요청한 적이 없는데 아이폰은 가끔 이런걸 알려준다.

호텔에 들어오니 피로가 확 몰려왔다. 한국에서 오후에 느끼는 피곤함과는 다른 종류의 것으로 뭔가 좀 더 묵직하고 머리 아픈 피곤함이다. 한마디로 잠자야할 시간에 깨있어서 드는 피곤함이다. 어떻게 하나.. 점심을 부실하게 먹었으니 (프라다파운데이션에서 더바에서 티라미수와 마가리타 먹음.) 예약해 놓은 공연에 가기 전까지 남은 시간에 저녁도 먹어야 하는데…

일단 한 숨 눈을 붙이고 저녁을 간단하게 먹을 요량으로 누웠는데 잠이 안 든다. 각성이 걷히지 않는 것이다. 다시 일어났다 누웠다를 세 번정도 반복한 뒤에 포기하고 호텔 1층 식당으로 내려갔다. 이탈리안 답지 않게 영어도 잘하고 친근한 서버가 굉장히 잘해준다. 메뉴를 보니 아직 런치타임이라 런치메뉴를 준다고 했다. 메뉴를 보니 이해가 되는게 하나도 없어서 라이트한 걸 먹고 싶다고 했더니 별표처진 메뉴를 추천해줬는데 쌀, 시금치, 아스파라거스 이런게 써있길래 그걸로 먹겠다고 했다. 메뉴가 한참 뒤 나왔는데 맙소사, 생전 처음보는 음식이 나왔다. 밀라노에서 처음 밀라네제리조토를 먹었을 때도 생경했지만 맛있었던 느낌이 있어고, 예술적인 테이블 소품에, 그릇에다가 예술적으로 데코되어있어서  이것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맛은 한마디로 팥죽인데 팥이 아니라 채소를 넣고 쑨 초록색 팥죽같았다. 팥죽에 파마산 치즈를 넣고 저어먹어도 맛있을 것 같다. 그리고 시금치 데친걸 줬는데 얘네들은 어떻게 시금치를 무치길래 구수한 맛이 나는걸까? 궁금해졌다. 이태리 음식이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 음식과 비슷한 면이 꽤 있어서 이태리에 오면 음식 때문에 힘들지는 않은가보다 생각했다. 어쨌든 먹으면 건강해질것 같은 음식을 간만에 먹었으나 당췌 머리 띵한 것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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