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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곡/미국살이

Floridian Early Fall Days

Rhapsodist@ 2024. 10. 5. 04:24

여기에서의 하루하루는 예상보다 느리고 지루하게 흘러가고 있다.

우리가 정착한 동네는 우려대로 공화당지지 백인 거주지 특유의 분위기를 뿜어낸다.
처음의 설렘과 흥분, 고양된 기분은 지나가고
왠지 있어야 할 곳이 아닌곳에 있는 느낌이 점점 더 든다.

작은 아이의 학교생활 문제가 어느정도 잦아들자
큰 아이가 인종차별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수업시간에 '칭총, 칭총, 패밀리 bla bla' 이러한 쪽지를 받았다고 한다.
누가 쪽지를 적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 아무래도 처음 쪽지를 전달해준 아이이거나
그 아이와 친한 아이일 가능성이 많을 것 같다.

그렇지 않아도 지루하기도 하고
생활 수준이나 편의성이 떨어진 부분들이 누적되어 지쳐가던 와중에 (여기와서 새롭게 알게된 사실은 내가 취향이 매우 까다롭고, 이 취향을 유지하기 위해서 돈이 많이 드는 인간이라는 사실이다)
아이가 혐오성 발언을 듣고 오니 당장에 짐을 싸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다.

이 들에게 돈을 한 푼도 더 쓰고 싶지 않은 마음마저 드는 것이다.
(사실 내가 소비를 하든 하지 않든 이들에게 별 기미도 없겠지만 ㅎㅎ)
덧붙여 대부분의 미국인이 저 환한 미소 (long e vowel sound)  뒤에 우리 가족에 대한
어떤 멸시를 감추고 있을까 의심이 되기도 하고 말이다.

어제 저녁 내내
왜 다른 선배들의 만류해도 불구하고
굳이 이 남부 촌동네로 왔을까 후회도 되고,
괜한 나의 똥고집때문에 아이들까지 고생하는 것이 아닌가 자책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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